Editor’s Note
○ 매일 사용하는 키보드는 언제부터 이런 모양이었고 왜 이런 기호를 사용하게 됐을까요?
○ 키보드에 숨겨진 비밀을 정리해 봤습니다.
QWERTY는 어떻게 표준이 됐을까
키보드는 1714년 영국의 발명가 헨리 밀(Henry Mill)이 특허를 낸 타자기에서부터 역사가 시작됩니다. 초기 자판 배열은 알파벳순에 가까웠는데 이후 글쇠 배열, 타자기 형태를 중심으로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개선을 거듭하게 돼요.
이후 150여 년이 지난 1873년, 미국에서 인쇄소를 운영하던 발명가이자 정치인 크리스토퍼 숄즈(Christopher Latham Sholes)가 2열 구성의 피아노 건반형 키보드를 개발했어요. 특허를 얻었지만 숫자 0과 1을 넣을 자리가 없어 상업화에 성공하진 못했죠.
이후 숄즈는 고민 끝에 총 4개 열로 구성된 키보드를 구상했고, 왼쪽 상단 알파벳을 QWERTY로 배열하면서 우리가 잘 아는 쿼티(QWERTY) 키보드가 등장하게 됩니다. 이 키보드는 쿼티 배열의 알파벳 외에도 숫자, 하이픈, 물음표, 쉼표, 마침표까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키보드와 가장 유사한 형태를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운 좋게 레밍턴 사에 의해 쿼티 키보드를 대량 생산하게 되는데, 레밍턴 사는 제품 판매뿐만 아니라 키보드 사용법을 알려주는 수업을 개최하며 유럽 전역으로 쿼티 자판이 빠르게 뿌리내리게 됩니다.
사실 쿼티 자판은 글쇠 배열에 특별한 규칙이 없어 익히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이미 대중들에게 익숙해진 뒤에는 어떤 것도 쿼티를 대체할 수 없었어요. 역시 시장을 선점하는 것보다 좋은 마케팅은 없나 봅니다.
속도전에서는 세벌식을?
우리나라도 1950년대부터 타자기가 대중화되면서 한글 24자를 어떻게 배열할 것인지 여러 가지 유형의 자판이 등장하기 시작해요.
한글에서는 같은 성격의 글자를 ‘벌’이라는 단위로 그룹 지어 자판을 구성했는데, 초기에는 두벌식, 세벌식, 네 벌 식, 다섯 벌까지 등장하게 됐죠. 여러 유형이 난립하면서 사용자들의 피로감이 높아지자 정부 주도하에 두벌식을 PC 표준 자판으로 채택하게 됩니다.
두벌식은 자음, 모음 두 가지로 한글을 분류해요. 왼손으로는 자음을, 오른손으로는 모음을 입력하도록 배열하되, 쌍자음은 윗줄, 자주 쓰는 모음과 자음은 가운뎃줄에 두었죠. 여러분의 키보드를 확인해 보세요, 가운뎃줄이 가장 많이 닳아 있는 건 기분 탓이 아닙니다. 두벌식은 가장 익숙하고, 익히기 쉽지만 오타를 내기 쉽고, 모음보다 많이 사용되는 자음이 왼쪽에 배치돼 오른손잡이에게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어 효율성에 대한 논쟁을 피하지 못하고 있어요.
두벌식의 강력한 라이벌 세벌식은 초성, 중성, 종성 세 가지로 한글을 분류해요. 초성을 키보드의 오른쪽, 중성을 가운데, 종성을 왼쪽에 구성하는데, ㄴ, ㅇ, ㅅ, ㄱ 등 초성, 종성에서 자주 사용되는 자음은 하나의 키보드에 두 개씩 배치되어 있는 게 특징이에요. 외우기 어렵지만 두벌식 대비 누르는 키의 개수나 횟수가 적어 피로도가 낮고, 익숙해지면 두벌식보다 입력 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해요. 실제 속기사들이 사용하는 키보드는 세벌식이라는 사실!
특수기호의 비밀
✅ @, 너의 이름은
이메일 주소에 꼭 들어가는 일명 골뱅이(@). 이메일을 발명한 레이 톰린슨이 사용자 이름과 네트워크 주소를 구분할 기호로 당시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를 택했다고 하는데요, 별칭처럼 ‘골뱅이’로 칭하는 이 특수기호의 공식 명칭은 놀랍게도 ‘골뱅입’니다. 표국어대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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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뱅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 대사전
「1」 『동물』 수염고둥과의 동물. 원뿔형이며 나사켜에 두 줄의 굵은 나륵(螺肋)이 있다. 각정은 흑갈색이며, 껍데기의 높이는 6.5cm이며 지름은 4cm이다. 표면에 두껍고 거친 다갈색의 각피가 있다. 껍데기의 주둥이는 노란빛을 띤 오렌지색으로, 달걀 모양이다.
「2」 『매체』 인터넷 주소에서 사용자의 아이디(ID)와 도메인 이름 사이에 쓰는 기호 ‘@’를 가리키는 말. 모양을 본떠 지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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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랗게 말린 특이한 모양을 따라 골뱅이라 부르게 되었는데, 네덜란드는 원숭이꼬리, 노르웨이는 돼지꼬리, 핀란드는 고양이꼬리, 이탈리아는 달팽이라고 부른다고 해요. 역시 사람 생각은 다 똑같은가 봅니다.
✅ ₩, 네가 왜 거기서 나와
[ ₩(원화기호) ] 키를 아무리 눌러봐도 [\(역슬래시) ]만 자꾸 입력돼 당황했던 경험 한 번쯤 있으시죠? \는 한글에서는 원화기호로, 일본어에서는 ¥(엔화기호)로, 영어에서는 \(역슬래시)로 나오는 복잡한 키입니다. 1969년 일본이 아스키코드*에 대응하는 문자 체계를 지정하면서 기존 역슬래시를 엔화로 바꾸었고, 이후 한국도 KS X 1003이라는 로마 문자 체계를 만들면서 일본 사례를 참고해 역슬래시 대신 원화 기호를 넣었기 때문이라고.
*미국 ANSI에서 표준화한 정보 교환용 7비트 부호 체계
역슬래시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자주 쓰이는 부호이기도 한데, 이러한 문자 체계 사정 때문에 디렉토리나 파일 경로를 나타낼 때 한국에서만 C:₩Windows₩System32₩ 이런 모양을 띄게 되었다고 해요.
✅ &, 나도 알파벳이었어
숫자 8 모양의 [&]는 and(그리고)를 의미하는 라틴어 'Et'에서 유래됐어요. E와 t를 빠르게 붙여쓰기 시작한 게 1000년이 넘는 시간 뒤에 &로 변화하게 됐죠.
&의 이름은 앤드(and)가 아닌 앰퍼샌드(ampersand)인데 이 역시 라틴어에서 유래했어요. 지금은&가 기호로 분류되지만 19세기 초반에는 &를 알파벳으로 분류됐고, 당시 영미권 학교에서는 &를 X, Y, Z에 이은 27번째 알파벳으로 가르치면서 다음과 같이 외우게 했기 때문인데요.
‘~~X, Y, Z and per se &’. 라틴어로 ‘per se’는 ‘그 자체로의’라는 뜻으로 ‘X, Y, Z 그리고 그 자체로의 &’을 의미해요. ABC 노래에 & 하나가 추가돼 학생들이 외우기 좋은 구절을 만든거죠. 결국 &는 알파벳이 되지 못했지만 당시에 부르던 것을 축약해 앰퍼샌드(앤드 퍼 세 앤드 앰퍼샌드)라 칭하게 되었답니다.